미야자키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다보면 공통적인 코드 하나를 발견합니다.
10편이 넘는 애니메이션의 핵심 인물, 즉 주인공이 여자라는 거죠.
이 이유에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솔직 담백하게 밝혀줍니다.
" 내 영화에 여자가 주인공이거나 여자 이야기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전 이제 남성 문화는 끝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
애니메이션 한편 한편을 더듬으며 여자 주인공들을 만나봅니다.
1.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나우시카> ( 1984년 개봉작 )
나우시카는 16살의 소녀이면서도 소년같은 냉정함을 지닌 바람 계곡의 영웅입니다.
나우시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패미니즘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소녀가 세상을 구원하게 한 것은 남자의 의해 파괴된 생태계를 상대적으로 여자가 복원한다는
원리를 내포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1984년 <주간 소년 매거진>에서 " 왜 나는 소녀를 주인공
으로 했는가"를 밝힙니다.
" 현재의 남성은 활력이 없습니다. 남성이 총을 쏜다고 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쏜다는 느낌일 뿐이고요...좋지 않습니다. "
생명윤리, 과학론 학자인 모리오카 마사히로 역시 소녀 영웅 나우시카를 칭송합니다.
" 나우시카를 보세요.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판단력으로 행동하고 자립한 소녀입니다.
그리고 위기에 직면한 경우에는 용감하게 싸울 수 있는 전사입니다.
나우시카는 성적으로 미성숙하지만 자신의 발로 자립해 일어나고, 순진하고 과감하면서도
사랑스럽고 그윽한 에로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
크아~ 모리오카는 모성이 세상을 구원하는 시대에서 소녀가 세상을 구원하는 시대로 이행했다고
역설합니다. (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에도 소녀시대가 도래하는 건가? )
2. 천공의 성 라퓨타의 <시타> ( 1986년 작 )
시타는 인류가 동경해 온 공중부양의 꿈인 비행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즈는 물론이고 해적대장
도라, 특무장교 무스카도 시타의 보조인물에 불과합니다. 라퓨타에서 또 하나의 여성의 힘이 느껴지는 인물은 도적대장 할머니 도라입니다. 몸빼 바지를 동여매고 오른손엔 총, 벨트엔 수류탄을 걸고
용감무쌍하게 군인들과 싸웁니다. 절대 밀리지 않고 아주 통쾌하게 싸웁니다. 남자해적을 지배하는
도라, 미야자키 하야오의 여성중심사고는 라퓨타에서도 곳곳에 숨어져 있습니다.
다만 라퓨타는 파즈를 통해 여성에 쏠리는 시각에 약간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점은 느껴집니다.
3. 이웃의 토토로의 < 메이와 사스키 > ( 1988년작 )
부터입니다. 메이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결혼전에 이 영화를 보고 나중에 메이같은 딸을 낳아야지하는
소박한 소원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이웃의 토토로>의 핵심인물도 여자입니다. 그러나 나우시카나 시타처럼 세상을 구원할 여자는 아닙니다. 단지 하루하루를 열심히 생활하며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즐거워하는 평범한 소녀일뿐입니다. 소녀 사스키는 조금 특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아파서 또래에 비해 훨씬 어른스럽고 장녀로서 스스로의 감정을 억제하기도 합니다.
4. 마녀의 특급배달의 <키키> ( 1989년작 )
그리고 있는 유럽풍의 마을이 무대가 된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홍보기획서에도 "애니메이션을 의식하지 않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훌륭한 여성영화를 제작해 주었다는 점을 기본으로 PR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키키는 나우시카처럼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소녀가 아니라 자신이 먼저 행복해
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소녀입니다. 이 작품은 1989년 일본 여성지 독자들이 뽑은 가장 좋은 이미지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1위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5. 모노노케 공주의 <산> ( 1997년 작 )
개 모로의 상처를 입으로 빨고난 피 묻은 소녀의 입은 기존의 여주인공들과는 격을 달리합니다.
개의 등에타고 숲속을 날라다니는 것도 느낌이 다릅니다. 남자 주인공인 아시타카도 산의
이 야성미가 끌렸을까요? 이 작품에는 특히 여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역할도 중요합니다.
타타라장의 철을 만드는 여자들, 그 고된 노동을 남자들이 아닌 여자들이 하고 있으며 전투도
여자들이 직접 나서서합니다. 타타라장의 대장도 여자인 에보시고요. 철을 만드는 여자들을 이렇게
말합니다. " 산 아래쪽에 사는 것에 비해서 훨씬 낫지요.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남자가 큰 소리
치지도 않고요. "
6.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 ( 2004년작 )
없고, 하늘을 날아다니지도 않습니다. 싸움도 안하고, 무기도 안듭니다. 다만 청소는 참 잘하십니다.
이야기의 설정도 기존의 작품들과 차원을 달리합니다. 소녀에서 할머니로의 급변신이라는 설정도 독특합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역시 여자의 비중이 높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소년 하울을 향한 소녀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소피의 사랑이 참 절절합니다.
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 ( 2002년 작 )
치히로도 여자, 유바바도 여자,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여자 아니면 개구리나 이상한 동물들임다.
센과 치히로의 주인공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미소녀가 아니며, 다소 둔해 보이고 쾌활하지 않은 소녀입니다. 그 별볼일 없는 소녀를 따라다니는 스토커가 이 작품에 등장합니다. 종업원을 삼키고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 괴물 카오나시가 바로 그로 소녀에 대한 집착을 강하게 보여줍니다. 소녀에 대한
사모의 마음을 나타내는 카오나시는 미야자키 본인의 모습이라고도 하네요.
8. 미래소년 코난의 <라나> ( 1978년 작 )
아닌 소녀의 매력을 전면에 드러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고백합니다. " 라나와 같은 이미지의
여자를 업고 달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뻔뻔스럽다고 하더라도. "
코난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 이성의 이름은 라나입니다. 그녀는 새와 대화가 가능하고
제비갈매기 테키와 친구이기도 합니다. 라나는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상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라나는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레프카에게 굴복하지도 않으며 겉으로는 가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여자의 힘입니다.
미야자키의 여주인공들은 강합니다. 세상을 구원하고, 하늘을 날라다니고, 개의 등에 타고 다닙니다.
한편으로 미야자키의 여주인공들은 나약합니다. 마법에 걸리고, 보호받아야 하고, 도와줘야 하는
본능을 불러일으킵니다. 미야자키는 세상이 여성의 시대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여자 주인공을 통해
세상의 이상을 실현시켜 보고자 하였습니다. 여자들의 힘이 쎈 애니메이션, 일의 틈새에서 미야자키를
잠깐 해부해 보았습니다.
꽃의 곁에서 기적같은 일상들 밤나무골 파주런 밝은세상 퀼트하는마마 지니어스키즈 비단잉어 늘푸른나무 강룡이의 맛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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